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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원장 선거를 반대한다

조계종의 총무원장은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실질적인 수장이자 불교만이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그에 부합하는 정치적, 사회문화적 위상을 지니며 막강한 권력을 갖는다. 국가와 대중들에게 불자를 대표하는 위상을 누리고 국가의 재정이나 정책에서 그만한 배려를 요청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그는 대한불교조계종 안에서 각 교구에서 선출된 본사 주지를 임명하고 종단의 예산을 관리하고 집행하는 권력을 갖는다. 그러기에 총무원장은 지도력은 물론, 수행자로서 능력과 인품, 한국 불교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의지력, 공정성을 필요로 하며, 선거는 이런 분들이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는 가운데 전 종도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이를 충족하는 조건으로 보통선거, 비밀선거, 직접선거, 평등선거를 행하여야 하고, 모든 과정이 공정하게 치러져야 한다.

하지만, 이번 총무원장 선거는 이 조건을 무시한 채 이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첫째, 이번 총무원장 선거 자체가 ‘독재 시대의 체육관 선거’와 유사하다. 중앙종회 의원 81명(현재 78명)과 24개 교구본사의 선거인단 240명 등 총 321명(현재 318명)이 참여하여 선출하는 간선제인데, 중앙 종회는 불교광장 소속 의원들이 2/3를 넘고, 교구본사의 선거인단은 교구총회에서 선출하는 형식을 갖추지만 본사 주지의 입김이 압도적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기존 선거를 보면 선거 때마다 금권선거와 매관매직이 성행하였다. 종회 의원들은 각 계파별로 합종연횡을 하거나 금품세례를 받는다.

둘째, 이번 선거는 설정 전 총무원장의 퇴임 이후 급박하게 치러지는데다가 추석연휴를 끼고 있어 종도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는커녕 종책 대결조차 제대로 행해지지 않고 있다. 셋째, 처자식, 부동산, 학력위조 등의 범계 및 비리를 안고 있는 설정 전 총무원장을 선출한 종회가 자기부정을 하여 불신임 의결을 하였는데 그 당사자들이 성찰도 하지 않은 채 다시 새로운 총무원장을 선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총무원장 선거는 자승 전 총무원장을 정점으로 한 권승 카르텔의 선거를 가장한 권력 재창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자승 전 총무원장은 재임 8년 동안 여러 계파를 불교광장으로 통합한 장본인으로 종회 의원의 대략 2/3 이상이 그 영향력 아래 있으며, 24개 본사 주지 모두 그가 재임기간에 임명한 이다. 자승 전 총무원장은 재임 기간 동안 적광스님을 대낮에 폭행한 스님과 종무원, 쌍둥이 아빠로 드러난 용주사 주지, 금권선거를 자행한 마곡사 주지, 논문을 표절한 동국대 총장 등 자기 편은 어떤 범계행위를 하더라도 철저히 비호하고 반면에 다른 편이거나 올바른 비판을 한 자는 ‘해종’의 낙인을 찍어 철저히 배제한, 극단적인 당동벌이(黨同伐異)의 화신이다. 계파정치를 통해 공적 권한을 사유화하고 각종 이권을 서로 나누었다. 때문에, 그의 뜻을 어기려면 상당한 불이익, 더 나아가 제적을 각오해야 할 지경이다. 이런 상황과 역학관계에서 벌어지는 이번 총무원장 선거는 자승 전 총무원장을 정점으로 한 권승 카르텔이 설정 전 총무원장의 꼬리자르기를 하고 선거라는 형식적 장치를 통하여 권력을 다시 창출하는 수단으로 전락하였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종단은 뜻있는 불자들이 선거 자체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성찰부터 하고 체육관식 총무원장 선거를 즉각 중단하여야 한다. 당연히 직선제로 전환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 전체를 위탁하여 민주주의 선거의 원칙인 보통선거, 비밀선거, 직접선거, 평등선거로 치러지도록 해야 한다. “본종은 승려(비구·비구니)와 신도(우파색·우파이)로써 구성한다.”라고 규정한 종헌 8조의 정신에 따라 사부대중이 참여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현 종회를 해산하고 비상혁신기구를 만들어 사부대중이 고루 참여하는 직선제 개헌부터 해야 한다. 법랍 10년 이상의 스님들 가운데 80.5%가 압도적으로 직선제를 지지하고 있으며, 직선제에 선거공영제와 중앙관리제를 결합하고 법을 엄정히 집행하면 금권선거, 부정선거, 매관매직이 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승 전 총무원장도 34대 총무원장 재선 시 ‘총무원장 직선제 도입’과 ‘비구니 참종권 확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종단이 누란의 위기에 있는 이번만큼은 청정승가를 향한 개혁의 기치를 들고 당간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총무원장, 모든 불자들이 참여하고 박수를 치는 지도자가 탄생하기를 지극한 마음으로 발원한다.

2018년 9월 18일

정의평화불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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